달동네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면 영세민들의 고난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며 가난을 등에 업고 살아가야 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희망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오듯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꿈을 누구나 간직하고 있게 마련이다. 이른바 가난이 죄이고 원수라 해도 희망마저 가난한 것은 아닐 뿐더러 더더욱 그것이 죄이고 원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수년 간 달동네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데 그 시절이 새삼 향수처럼 떠오를 때도 있다. 빈부가 행복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다들 힘들게 살아도 이웃집 간에 오순도순 오가는 인정이 포근해서 좋았다. 대문을 열고 살아도 도둑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눈을 씻고 봐도 훔쳐갈 게 없는데 도둑이 들 이유가 무엇이람. 부자가 천국을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은 적어도 달동네에서는 남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달동네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운 것 같다. 그것은 바람맞이인 산등성이나 산비탈 같은 고지대에 주로 위치해 있다는 지형적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도 시간이 문제일 뿐 곧 녹색의 희망찬 봄날이 온다는 것을 흙으로 가득 채워진 길가의 큼직한 함지박과 콘크리트 구조물 위의 시든 잡초가 말없이 기약하고 있다. 서울 봉천동에서 보는 이런저런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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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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