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수에게는 치명적인 배수가 시원찮은 담장 밑인 데도 불구하고 올해도 두 그루의 5년생 모과나무에는 섭섭지 않게 열매가 열렸다. 노랗게 물든 모과를 거실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군침이 절로 고인다. 한파가 몰아쳐도 끄떡 않는 모과를 따면서 각기 한 개씩은 일부러 남겨두었다.
늦도록 열매를 바라보며 침샘을 자극하게 하는 것이 싫지 않은 데다 마저 거둔다는 것이 어쩐지 나목에게 인색한 것 같아서였다.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잊고 지내기가 십상이다. 무엇이든 넉넉하면 소중함을 잊은 채 더 이상 바라지 않다가 막상 부족하다 싶다거나 없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산골집의 난방이 여의치 않아 서둘러 상경한 지도 한참 지났다. 지금쯤 두고 온 마지막 남은 모과는 아마도 저절로 떨어졌을 것이다. 모든 열매는 때가 이르면 무르고 썩어 땅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생명이 녹아든 한 잔의 모과차가 동짓달 식은 기운을 향기롭게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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