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옛날의 보릿고개가 연상된다. 겨우내 아껴 먹던 식량이 봄이 되면 바닥이 나서 시골에는 보리가 익기만을 기다리며 집집마다 구황식품으로 주린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봄철의 궁핍한 시기를 굶주리지 않고 버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릿고개를 다른 말로 춘궁기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아사자가 신문 지상에 뉴스거리로 등장하는가 하면 동냥을 하는 거지들도 부지기수였고 바랑 맨 스님들이 탁발하는 것도 당연시 여겼다. 요즘 세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그 때 그 시절 나는 시오리나 되는 초등학교를 죽마고우들과 함께 죽어라 걸어 다니면서 보리밭을 지날 때마다 원망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라리 밀밭이라면 서리라도 할 텐데 보리는 서리를 해먹을 수가 없다는 게 야속했다.



보리밭을 지날 때마다 만만한 게 깜부기였다. 제대로 여물지도 못하고 병이 든 보리 이삭이 깜부기라는 것도 모른 채 새카만 깜부기를 꺾어 먹는가 하면 피골이 상접한 죽마고우들의 얼굴에 마구 검정 칠을 해대기도 했다. 참으로 우스운 추억이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겨운 추억이지만 도리어 정겨운 시절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월이 너무 흘러 지금은 산촌에서도 보리밭을 보기 어렵게 됐다. 이제는 관광객 유치용으로 대규모 보리밭을 조성하는 시대가 됐지만 고향에는 드물지만 깜부기가 있는 보리밭을 볼 수 있어 옛 추억을 정겹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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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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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주완 2009/05/20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깜부기 정말 오랜만에 봤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