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콩은 물론 참외 사과 감 등 먹을거리를 주인 몰래 친구들과 함께 서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인심이 야박한 지금에야 함부로 서리를 하다가 잘못 되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각오를 해야 하지만 옛날에는 배고픈 아이들의 장난쯤으로 여기는 게 예사였다. 그런데 서리를 하려 해도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한 과수원에는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가시가 유달리 많은 탱자나무 울타리는 미리 계획적으로 도구를 준비하지 않는 한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 먹음직한 과일을 눈앞에 두고 군침을 흘리면서도 서리를 못하게 막는 탱자나무가 서운하게 보일 때가 있었다. 철조망보다 더 침입자를 안전하게 막는 울타리가 탱자나무라고 할 수 있다. 도구를 이용해도 손쉽게 자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철조망을 친 곳은 많아도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한 과수원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이 변했다.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가시 많은 탱자나무에 하얀 꽃이 가지마다 피었다. 향기가 짙은 꽃이다. 꽃이 지면 머지않아 레몬보다 더 향기 짙은 노란 탱자가 유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꽃도 추억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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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를 보니 어린시절 생각이 납니다. 탱자나무꽃은 향기가 어찌나 좋던지 아직도 그 향을 잊을 수 없군요. 잘보고 갑니다.